2003.10 여성불교
PRESS RELEASE/Magazine 2007/03/23 12:29
 

연꽃을 닮은 사람


소외받는 여성과 함께 화엄춤판 벌여볼까

이기향 / 한성대 예술대학 의생활학부 교수


취재: 박선영(본지기자)



1.여성에게 바친다

  저마다 세상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있다. 누구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모성을 경험하면서 관세음보살의 마음을 직접 느껴 불자가 되기도 했으며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친한 친구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면서 그들의 사회적인 소외가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또 취재한 이 중 어떤 이는 자신의 불우하고 외롭던 어린 시절부터 늘 베풀고 살기를 소원, 자신이 지금 현재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지만 그 절실했던 소원 때문에 교도소로, 양로원으로, 고아원으로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이런 장황한 설명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특수한 경험 내지는 남들에게는 특별하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강하게 다가오는 어떤 경험으로 인해 새로운 곳에 눈을 뜨게 됨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이기향 씨는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세상의 여성들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 평생 가족들의 뒷바라지로 소리 없이 살아오신 어머니의 일생을 비로소 죽음 이후 돌아보게 되었다. 당시 대학교육까지 받은 어머니 개인 입장에 선다면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세상이 아직도 이렇게 온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 같은, 헌신적인 여인들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하리라. 이기향 씨는 어머니의 삶을 확대해 여성의 삶으로 인식했고 나아가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핍박받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지난 9월 5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이기향 예술 의상 전, 華 - 부제: 그대 화엄의 꽃이여…’는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소외된 여성들에게 바치는 그 이의 정성어린 헌사 같은 것이었다.


2.불제자로 화엄의 세계를 이해한다.


  결혼 전까지는 특별한 종교가 없던 그이가 불심 깊은 유 씨 집안과 혼례를 맺은 것이 불연의 시작이었다. 신혼여행 갈 때도 염주를 가지고 갔던 남편, 그이가『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의 저자인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유필화씨이고 결혼 후 함께 떠난 유학길 내내 편지로 안부를 묻던 시어머니는 편지말미에 꼭 ‘나무아미타불’을 써 넣으셨다. 이런 환경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불교를 알아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으리라.

  남편이 교수불자연합회에서 활동을 했고 이기향 씨는 아직 교수가 되지 않았던 당시, 가족회원의 자격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하였다. 불교는 좀 고루할 것이라는 반감도 있었고 또 얼마나 좋은 것이기에 남편이 그토록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것인가 알고 싶기도 해서였다. 무엇보다 여러 차례에 걸친 각국 성지순례대열에 함께 했던 것이 크게 다가왔다.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일본, 중국 등지를 다니면서 불교를 느꼈고 부처님 법대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초창기에 ‘우리는 선우’팀에서 성지순례를 갔는데 그 때 영취산에 도착해서 소설가 남지심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불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저는 의아했답니다. 그런데 11년 뒤인 지난해, 법화경을 읽으면서 그 당시 영취산이 떠올랐어요. 부처님 당시의 영취산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더군요. 감동이 물밀듯했죠. 그제 서야 남지심 선생님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죠.”

  이제 그이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번 전시 ‘화(華)’는 화엄경입법계품의 선재동자 구도기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화엄경을 보면서 느낀 감동과 환희, 세상 어느 곳이든 화엄 아닌 곳이 없다는 작은 깨달음으로 주제를 잡았다. 선재인 화(華)가 만나는 세상은 동서양, 지구와 우주, 인간과 동물, 지배와 예속을 떠나 한바탕 춤판인 화엄의 세상이다. 만나는 인물들-베트남 사창가 여인, 남겨진 십자군의 아내, 비구니 수행자, 모든 것을 내어준 아메리칸 인디언, 절규하는 팔레스타인 어머니, 미국의 펑크족, 중국과 티벳, 남한과 북한 등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왔던 우리의 역사이며 아픔이다. 이런 아픔을 공부삼아 구도여행을 떠난 선재는 동물들과의 한바탕 놀이, 통일을 꿈꾸며 하나 되는 남과 북, 우주를 향한 기원을 드리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

  불교를 가장 매력 있게 받아들인 것이 ‘희망’이라는 그이답게 앞으로의 미래,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는 희망 가득한 화엄세상인 것이다.


3.예술가로서, 선생으로서

  “추워서 입는 옷, 더워서 벗는 옷이 아니라 일상의 디자인으로 인간을 담는 그릇이 옷이죠. 아주 접하기 쉬운 예술이지요.”

  가끔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면 그 아름다움을 배가 시켜줄 옷을 떠올리는 게 이기향 씨의 일이다.

  그이는 우리의 문화적 긍지를 높이 친다. 천 년 전, 우리의 유럽의 문화적인 차이를 본다면 글씨도 못 읽던 왕이 있던 그들 나라에 비해 찬란한 우리의 문화적인 생활은 자랑스러운 게 사실이다. ‘지금 당장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중요치 않다’는 게 그이의 입장이다.

  이런 입장에서 그이의 예술세계가 펼쳐진다. 그이의 의상 사진과 기사가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 각계의 유명한 의상 잡지에 실린 것도 이렇게 주체적이고 확고한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거기에 그이는 한성대학에 7년째 근무하는 교수이기도 하다.

  서울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미국에 가서 판화를 전공, 다시 한국에 와서 의상학을 했고 다시 미국과 일본에서 의상공부를 한 화려한 경력의 그였지만 여러 차례 교수임용에서 탈락했었다.

  “일타스님의 『기도』를 읽고 만약 내가 이번에 임용이 된다면 정말 훌륭한 선생이 되겠다는 원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때 내 나이 41세였습니다.”

  아홉 번의 도전 끝에 그렇게도 원하던 교수가 되어 이제까지 자신의 예술세계를 옷으로 보여 왔던 그이는 이제 새로운 각오를 한다.

  “나에게서 학생에게로, 그것이 모여 한국문화를 이루고 더 나아가 세계문화, 그리고 우주까지 기운이 충만하게 해야겠다는 것이지요. 이제껏 예술가로 살아와왔다면 이제부터는 사회 문화적인 책임을 느끼고 제 역할을 하는 지도자로서 살아야겠습니다.”

  그이는 이제 선생의 역할을 확대해서 사회 문화적 지도자로의 책임 있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소정의 입장료를 받은 이유도 한국 예술과 종사하는 예술가에 대한 수고로움을 상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수익금은 전액 소외받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노숙자들의 쉼터 화엄동산과 정신대 할머니들의 나눔의 집에 기증할 계획이다.

  이번 이기향 씨의 전시회는 이렇게 여성, 불자, 선생이라는 세 가지 입장에서 아주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전시회를 본 입장에서는 또한 각자의 상황에 따라 더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러저러한 이유가 어울려 이번의 작품 화(華)가 탄생한 것이다. 전시회 첫날, 화엄학 전공이자 여성 불교 쪽에 관심이 지대한 동국대 불교학과의 해주스님을 모셔 격려의 말씀을 듣는 이기향 씨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화엄세계로 내딛은 그이의 첫 걸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마음이 실렸으니 앞으로의 발걸음에도 기대를 해본다.


<사진설명>
1. 화엄학 연구자인 동국대 불교학과 해주스님께 전시회 첫날, 격려사를 청해듣고 있다.

2. 전시회에서 선보인 의상들

3. 전시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연꽃을 쌓아놓은 모습. 이기향 씨에 대한 모두의 바람이 모아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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