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소희 선생님께
DIALOGUE/My Life, My Works 2007/01/26 16:23
 
안녕하신지요?
마음은 늘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도 꽤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부드럽게, 그러나 내실은 당찬 모습으로 전국을 무대
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선생님의 해맑은 모습은 제에게 아주 친근합니다.

제가 계획하고 있는 ‘선재 이야기’는 작년 여름 이후 궁리 끝에 의상극으로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나니 조금은 진행되는 듯 보입니다만 생각처럼 순조롭게 나아가는 것 같지는 않네요.  우선 뼈대가 되는 대본을 나름대로 써 봅니다만 참여하는 예술로서 이 시대를 사는 대중들의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가 과연 그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지 그러려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할지 큰 숙제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무대의 시간과 공간을 입법 계품의 배경이 되는 과거의 인도로부터 시공의 제약이 자유로워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지구, 혹은 그 바깥의 세계까지도 확장시켜보려고 계획해보지만 살아있는 이 시대의 화엄경이 되었으면 하는 저의 바램이 공부가 얕은 저에게는 어렵고 두렵기만 합니다.

극을 받쳐줄 중요한 요소인 배경 음악도 자연스럽게 접하는 에스닉풍의 민속 음악 그리고 한국음악 중심으로 듣고있는데 등장하는 여러 나라 (중국, 티벳, 아프리카 대륙)의 에스닉풍 음악 위에 기본의 흐름을 장악할 우리다운 음악의 기조색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구요..
그래서 궁리 끝에 이렇게 펜을 잡았답니다. 상의 드리려구요..

실은 작년 우면당 음악회 때 선생님의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답니다.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그 당시는 말씀 여쭙기도 어색한 상황인 것 같아서 침묵하고 있었는데 부족한 제가 느끼기에는 작곡가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느낌이 많이 들었답니다.

저는 다음 발표작 선재 이야기를 조금은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싶은 마음 가득한데 이것저것 (의상 작품, 극장 대관, 무대 미술, 조명 등등) 챙겨야 할 것도 많은 열악한 제 형편에서 윤선생님의 귀한 창작곡을 받아 나름대로의 제 의도까지 반영되도록 연주가들을 독려해 내는 일이 우선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게다가 다음 작업인 음반녹음 작업을 마친 후 그것을 제 음악으로 소화시킨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 과분한 욕심이고 주제넘은 일이란 생각까지 들게 되었답니다. 제가 섣불리 말씀을 꺼내 걱정만 끼쳐드린 것은 아닌지 염려 되구요.  선생님의 멋진 곡에 제가 맞추어 작업해야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발표를 위해 의상 작품 제작 만으로도 벅찬 제가 윤 소희 선생님께 끼쳐야  할 수고가 너무 클 것 같아 선뜻 용기가 나지 않고 처음 일을 시작하며 바짝 세워졌던 꼬리가 푹 꺾어 져버린 기분이어요.
저의 이 답답한 심정이 이해가 되실런지요?

한번 찾아뵙고 말씀드려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시간적으로 결코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 때라 전화로 말씀드리기보다는 그 동안 속알이 했던 제 마음을 이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려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글로 쓰다보니 따뜻한 찻집에서 선생님을 마주 뵙고 말씀드렸어야 옳은 일이라 여겨지는군요

저는 올 가을쯤에나 부산 전시가 있답니다.
그 전엔 부산 쪽으로 출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혹 그전에 서울 오시는 길에 꼭 뵈었으면 좋겠는데요.. 연락을 꼬옥 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하시는 일마다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시길 빌며..


2002년 4월 2일
이 기향 드림
 
Trackback Address :: http://www.art-to-wear.pe.kr/blog/trackback/31

Name
Password
address
  Secret
 
 
 
Copyrightⓒ 2007 Art to Wear- Lee, Kihya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