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나의 삶
DIALOGUE/My Life, My Works 2007/01/26 17:33
 
나와 불교의 인연은 불교집안으로 출가하면서 시작되었지만,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1980년대 중반에 본격적 만남이 시작되었다.  시어머님의 권유로 듣게된 불교입문강좌에 마음을 빼앗겨 지아비의 손을 이끌어 함께 강의를 재수강한 기억이 있다.  누구에게나 불교와의 만남은 예사로운 인연이 아니겠지만 특히 나에게 불교는 어려서부터 답답하게 짓누르던 한국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모두에게 불성이 있고, 만인이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결국 나를 향한 구원으로 느껴졌기에 불교는 ‘희망의 종교’로 다가왔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 환경 문제와 같은 일상의 문제들뿐만 아니라 오해와 증오로 비롯되는 갈등과 전쟁 등의 고질적인 인간사에도 근본적인 치유법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면서  오히려 놀랍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 나아가 범사가 모두 우주전체로 통한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음에 삶의 목표와 가는 길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비의 깨우침으로 불교와의 만남이 더없이 감사하다.  세 번에 걸친 ‘인도성지순례’의 체험은 아직도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는데 물질이 없어도 정신적인 행복을 느끼는 그들을 통해 받은 불교적 가르침은 매일을 사는 소중한 거울이 되고 있다.  송광사의 ‘4박 5일의 출가‘를 체험하면서 법정스님께 받은 ‘지광월(智光月)’이라는 법명처럼 구석구석 어두운 곳을 비추는 달의 지혜를 닮아 늘 이름의 의미를 새기는 삶을 살고자 한다.
90년대 초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인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화두로 다가왔다.  학창시절부터 공부해왔던 조각이니 의상이니 하는 서로 다른 이름의 예술 세계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하나의 방편이며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의 가르침만큼 인간의 행복을 염려하는 종교도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자라 95년의 개인전 <피안을 향하여>를 발표한 이후부터 최근의 ‘화엄’을 주제로 한 <화의 구도 여행>까지 어떻게 회향하여 불자다운 삶을 살아가야 할까를 진실로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불교사상을 옷과 접목시켜보려고 애썼던 지난 15년간의 작업은 우리의 옷이 지극히 서구적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는 최근 한국적 상황에서 옷에 동양의 정신을 담을 수 있다는 한 예를 힘겹지만 여실히 증명해보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시작의 길에서 마음의 스승이신 불모 박 정자 선생님은 불화를 하는 이의 기본 자세를 일깨워 주셨고 부처님 말씀을 의상 작업에 접목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나에게 “옷에 연꽃을 그리는 작업은 불국토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신념을 불어넣어 주셨다.
차차 나의 작업에는 연화와 불보살이 자유롭게 넘나들고, 국내 불자뿐 만 아니라 외국의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여왔다.  불교가 이루어 놓은 무한한 콘텐츠 속에서 방법론이 연구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나마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는 ‘생명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담아 누구에게나 감동적으로 다가가는 입체적인 불교 이야기를 표현해보고 싶다.  궁극적으로 회향해야할 작업으로 불가사의한 ‘마음’의 우주적 표현을 어떻게 가시화해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도 신나는 탐구의 길이 되길 발원해 본다.

하루하루 살아있음이 비할 바 없는 축복임을 알며, 삶이 주는 근사한 보너스에 환희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에 눌려 벅차고 힘들 때 떠올리는 말씀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가라’....   나를 경책하는 고마운 가르침 안에 늘 함께 하시는 부처님의 가피를 느끼며....

                                                       


2004년 2월
*이 글은 <108인의 여성불자>수필집에 ‘불교와 나의 삶’으로, 불교신문에 ‘나는 왜 불교를 좋아하나’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던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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